1.고로쇠나무
거의 모든 나무가 수액을 가지고 있지만 그 수액이 고혈압, 당뇨병 같은 난치병은 말할 것도 없고 위장병, 허약 체질, 신경통, 피부병 등에 좋은 효과가 있는 나무가 있다.
곧 경칩(3월 6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와 곡우(4월 20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거제수나무가 신기한 수액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다.
고로쇠 수액은 맛이 약간 달고 시원하며 약한 향기가 있다.
빛깔은 거의 없으나 물보다는 약한 탁하다.
수액에는 당분, 철, 마그네슘, 망간, 비타민 A, B, C 등 갖가지 무기물이 많고 산도 7쯤 되는 알칼리성 음료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딸린 넓은잎 큰키나무다.
잎 모양은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다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가을에 단풍이 노랗게 든다.
키 20미터, 직경 2미터까지 자라며 우리나라 곳곳의 산속 물기 은 땅에 잘 자란다.
수액은 직경이 30센티미터가 넘는 나무 밑동에 Y자 모양으로 칼로 홈을 내고 조릿대 잎을 끼워 그 끝으로 떨어지는 물을 막걸리
통에 받는다.
요즘은 나무들을 플라스틱 관으로 모두 연결하여 한곳에 모으기도 한다.
낙숫물지듯 방울방울 떨어지며 한 나무에서 두 되에서 다섯 되쯤 받을 수 있다.
경칩 전후 일주일 동안에 수액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했으나 요즘에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수액은 날이 흐리거나 눈 또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으면 나오지 않는다.
수액 채취에 이상적 날씨는 밤에는 섭씨 영하 2~3도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 5~8도쯤 되는 청명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다.
낮 기온이 섭씨 12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영하로 떨어지면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유는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의 몸통이 수축되어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줄기 안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되면 낮에 기온이 올라갔을 때 나무 몸통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하게 되는데, 이때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밀려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으며 많이 마실수록 맛이 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하루 저녁에 한 말을 마시며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하루 한 말씩 일주일 동안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수액은 굵고 오래 묵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일수록 약효가 좋은데
오래 묵은 나무에서 얻은 것은 수액의 빛깔이 짙고 향기가 더 진하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 신경통, 허약 체질, 당뇨병, 치질, 수술 후유증, 피부병, 비뇨기과 질병, 임산부의 여러 잔병 등에 좋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나는 신경통이나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고로쇠나무 수액을 몇 말 마시고 깨끗하게 낫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특히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뼈 질환에 효험이 좋다고 하여 고로쇠나무를 한자로 골리수(骨利樹), 곧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로쇠나무에 얽혀 있는 전설
풍수지리학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수도할 때의 일이다.
오랫동안 정진한 끝에 마침내 득도하여 일어나려고 했으나 오랫동안 앉아서 지낸 탓에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마침 앞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고 애를 쓰다가 그만 나뭇가지가 뚝 부러졌다.
부러진 나무에서는 수액이 줄줄 흘러 나왔고 도선국사는 그것을 정신없이 받아 마셨다.
그랬더니 거짓말같이 무릎이 펴졌다.
그 뒤로 고로쇠 수액의 약효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고로쇠 수액에 대한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천 몇 백 년 전에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쟁을 벌이던 중 한 병사가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수액이 줄줄 흘러내리기에 손으로
받아 마셨다. 맛이 달고 시원했다.
그 병사는 다쳐서 신음하는 병사들에게 그것을 먹였고, 그 결과 갈증이 멎고 다친 병사들은 빨리 회복하게 되었다.
그 뒤로 활이나 칼에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鳴? 한다.
고로쇠나무 수액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1, 신경통
고로쇠 수액에 마늘과 명태를 넣고 푹 끓여서 먹는다.
또는 오미자 덩굴을 잘 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2, 위장병
마가목, 구룡목, 오갈피나무, 엄나무, 황철나무를 각각 같은 양으로 잘 게 썰어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3, 관절염, 각기, 신경통
쇠무릎지기, 골담초, 으름덩굴, 하늘수박뿌리를 잘 게 썰어서 고로쇠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글/ 약초연구가 최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