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모음/좋은글

신석정님의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여수룬1 2007. 2. 5. 07:47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 보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 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 보았다.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이 <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 본다.

-그러나 <立春>은 카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