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야생화/EM( Effective Microorganisms:유효

농사는 흙에서 시작됩니다”…천춘진 애농 대표

여수룬1 2007. 7. 24. 01:38
미생물·쌀겨로 흙을 살리는 박사농부의 ‘애농(愛農)’
전북 진안 천춘진씨
  소장환(free0423) 기자
▲ 천춘진 박사의 하우스 내부 전경
ⓒ2005 소장환
지난해부터 웰빙붐을 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대인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식탁 위에 유기농산물을 올려놓기 위한 노력이 일반화되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너도나도 유기농을 선언하고 있으며, 실제로 곳곳에서 유기농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가들이 유기농법을 시도하다가도 생산과정에서 소요되는 과도한 경제적 부담과 이로 인해 높아지는 소비자가격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그만큼 유기농법이란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단순히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유기농법이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 상당 기간 화학비료와 주변의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산성화된 토양 자체가 유기농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흙을 되살려야 한다’는 유기농을 추구하는 농부들의 고민이 시작됐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에는 ‘쌀겨’와 ‘토착 미생물’을 활용한 농법이 상당히 보급되고 있다.

일단 쌀겨 농법은 경작지(耕作地)에 쌀겨를 뿌려 유효미생물을 증식시켜 퇴비효과를 높이고 잡초의 발아도 억제하는 농법이다.

▲ 파릇하게 자라난 어린 잎 채소
ⓒ2005 소장환
일반적으로 발효된 퇴비를 땅에 뿌리는 방법과 달리 쌀겨농법은 땅 속의 흙을 통째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토착 미생물의 번식증대를 통해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비용 또한 매우 저렴해 유기농산물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쌀겨농법을 선보이는 농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봄 일본에서 귀국해 고향인 진안에서 친환경 농법 보급과 농산물 유통구조의 단순화에 앞장서고 있는 천춘진(34·애농영농조합 대표) 농학박사가 그 주인공.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안정적인 유통 판로 확보를 위해 애농영농조합 법인을 설립한 천 박사는 자신의 1400여평 하우스에서 자라는 묘채(어린잎 채소·Baby leaf salad)를 볼 때마다 순박한 웃음을 짓는다.

천 박사는 고향에 돌아와 청정지역인 진안마저도 토양이 화학비료로 인해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보고 흙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카시아를 비롯해 으름, 쑥, 포도 등을 흑설탕에 재워서 우러나오는 액비와 진안지역의 산에서 채취한 흙을 쌀겨와 섞어 천연퇴비를 만든다.

게다가 천 박사가 자신의 하우스 농장에서 사용하는 천연퇴비를 만들기 위한 생산비는 매우 낮다.

우선 액비의 경우 아카시아나 으름, 쑥, 포도 등을 각각 7㎏씩 흑설탕 1.5~2㎏과 으깨어 뒤섞은 뒤 용기에 담아 약 10일정도 밀봉해두면 된다. 식물표면에 있는 많은 미생물들이 증식해 훌륭한 효소로 변화되며, 이렇게 생산된 효소는 천 박사의 농장에서 1년 동안 사용하고도 남는다.

이처럼 효소가 가득한 액비는 다시 산에서 채취한 흙, 쌀겨와 섞는다. 산에서 채취한 흙에는 토착 미생물이 가득하고, 쌀겨에는 미생물들을 위한 영양분이 충분하다.

살아 있는 흙 1g에는 약 1억 마리 이상의 토착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으며, 진안지역에서 채취했기 때문에 토착 미생물의 생존율과 적응력이 매우 높다.

▲ 천춘진 박사가 직접 발효시킨 유기질 흙
ⓒ2005 소장환
이렇게 뒤섞인 흙은 수분 60%를 유지해 잘 덮어두면 내부 온도가 약 60℃ 정도 된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균은 사멸하고, 토양을 살릴 수 있는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진다.

중간 중간에 다시 뒤집어주는 과정을 거쳐 약 3주가 지나면 훌륭한 천연퇴비가 탄생한다.

천 박사는 천연퇴비를 이용해 산성화된 토양을 다시 회복시키고, 작물의 재배과정에서도 벌레를 죽이기 위한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는다. 다만 목초액과 마늘 엑기스, 암반석 추출물을 이용한 ‘기피제’를 사용한다. 천 박사는 단순한 유기농이 아니라 자연(自然)을 그대로 닮은 자연채소를 생산하면서 말 그대로 농촌을 사랑하는 애농(愛農)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천춘진 박사의 하우스에서 노랗게 핀 유채꽃
ⓒ2005 소장환

"농사는 흙에서 시작됩니다”…천춘진 애농 대표

▲ 애농영농조합법인 대표 춘춘진 박사는 영락없는 농부의 모습이다.
“흙이 살아야 농사가 잘 됩니다. 식물은 흙이 좋아야 잘 성장하고 병충해에도 강해집니다.”

애농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천춘진 박사(35·농학)는 농사의 기본은 흙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논밭에 대량으로 뿌려진 화학비료는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들어 부영영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 현상을 일으켜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의 시작”이라는 천 박사는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천 박사는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성경에도 이스라엘 백성이 430년간 이집트의 노예살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식량 때문이며, 당시 온갖 금은보화를 갖다 바쳤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농업을 지키지 않는 경제대국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농업의 소중함과 환경의 가치를 누구보다 크게 생각하고 있는 천 박사는 아울러 “생산단가를 낮춰 당당하게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에 의한 선택에서도 밀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단순화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본에서 본 농부들은 농업, 경제 등 전문가들과 대화와 토론을 하더라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연구하는 자세를 갖고 있으며, 농업에 대한 애착은 무서울 정도”라는 천 박사는 “우리나라는 농부들은 농업과 무관한 계모임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천 박사의 꿈은 “농민들의 농업의 참 재미를 느끼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수호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란다.

전주 농고와 연암축산원예전문대를 졸업한 천 박사는 지난 92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농업대학 연구생으로 입학한 뒤 10년 공부 끝에 2002년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일본의 농업을 지켜봤다.

지난 93년 일본 전국을 휩쓴 냉해로 인해 쌀이 부족해져 사람들이 거리마다 돈을 들고 쌀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로 쌀을 사기 위한 여행에 나섰던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서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방법들을 고향에서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었다”는 천 박사는 “국민들 스스로 우리 농산물을 아껴주고, 농민들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먹을거리를 생산할 때 비로소 농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천 박사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어린잎 채소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73가지 농약성분에 대한 미검출 인증을 받았으며,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의 대형음식점과 전주 한울생협 등에 납품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전국적인 개인판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천 박사는 “도내 학교급식에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이 보급되는 것은 물론 청와대에도 자신이 생산한 건강하고 깨끗한 농산물을 보내고 싶다”면서 “청정진안의 고유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한다. / 소장환
출처 : 서울YWCA에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