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모음/창골산 칼럼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여수룬1 2007. 4. 11. 08:24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제가 살고 있는 자은이라는 섬은 인근에 3개의 다른 섬들과 서로 연결이 되어서 4개의 섬이 서로 왕래 할 수 있는 이웃사촌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육지로 외출을 할 때에는 각 섬의 배시간에 맟춰서 필요한 대로 섬을 이동하며 배를 타고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전주에 외출을 하였다가 목포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배시간을 착각을 하여서 차를 세워놓은 안좌도가 아닌 팔금도라는 섬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팔금도에서 안좌도를 오랜만에 걸어보자고 생각하고는 천천히 봄길을 걸었습니다. 평상시에 차를 타고 많이 다닌 길이지만 정작 여유를 갖고 걸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길을 나서자 차를 타고 지나다니며 볼 수 없는 정경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들의 환한 모습이라든지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싹들의 희망찬 얼굴이라든지 심지어는 길가에 떨어진 동전 한 닢 까지 모두가 정겨운 얼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팔금에서 안좌를 연결한 신안1교를 건너가는데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건물들에 가려서 기세를 뽐내지 못하던 바람이 다리 위에 오르니 마구 몰아치는 것이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부는 바람을 향하여 머리를 수그리며 비틀거리는 나를 생각하니까 묵묵히 서 있는 다리 앞에 살짝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원한 하나님과의 다리를 놓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묵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고난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하더라도 묵묵히 이겨내는 십자가의 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힘을 내어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주변의 건물들로 바람이 막힘으로 마음속에 작은 기쁨이 불끈 솟았습니다. 바람에 휘청거리던 몸이 자유를 얻은 듯 날듯이 가벼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아하! 예수님의 십자가로 받은 자유와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하고 말입니다. 이제 고난주간 묵상의 진수를 깨달았다고 생각하니 기쁨이 충만해졌습니다. 그러자 발걸음은 빨라졌고, 입에서는 옛날 Simon and Gafunkel (사이먼과 가펑클)이 불렀던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의 번역된 가사가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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