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가마여!
하나님께서 어느 날 선지자에게 명하시기를
큰 가마솥을 걸어 물을 붓고
거기에다 살진 양고기를 뼈와 함께 넣고
뼈가 무르도록 푹~ 삶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렇게 삶겨진 고깃덩어리는
어느 것 할 것 없이 모두 먹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는 가마솥 안에 있던 녹이
고깃덩어리마다 시뻘겋게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나무를 많이 쌓고 불을 피워
국물을 졸이고 뼈를 태우며
가마솥의 녹을 달궈서
더러운 것, 곧 녹을 소멸케 하라고 말씀하셨다.
“피 흘린 성읍, 녹슨 가마
곧 그 속에 녹을 없이 하지 아니한 가마여“
음란하고 살육하며
죄악의 도성이 되어버린 예루살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하는 비유이지만
녹슨 가마라는 말씀이
곧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살지고 좋은 고기를 넣어도
녹슨 가마인 탓에
먹을 수 없게 되는 고깃덩어리처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득 부어져도
우리의 심령이 녹슨 가마 같아서
은혜가 은혜 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부족해서
내 삶의 목마름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사랑이 모자라서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죄악이 관영하여
은혜를 소멸시키고 있는 것이다.
녹슨 가마여!!
시뻘건 녹은 없애지 아니하고
무엇을 담지 못해 조급한 너는 아닌가?
“이 성읍이 스스로 곤비하나
많은 녹이 그 속에서 벗어지지 아니하며
불에서도 없어지지 아니하는도다.
내가 네게 향한 분노를 풀기 전에는
네 더러움이 정하여지지 아니하리라“
스스로도 벗겨낼 수 없고
불로도 없어지지 않는 녹슨 가마...
심판 외에는 어떠한 가능성도 없는 성읍...
이것이 죄악에 빠진 우리의 실존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분노를 아들의 십자가에 쏟으시고
주홍빛 같은 우리의 죄를
말갛게 씻도록 은혜를 베푸셨다.
십자가의 피로 정결함을 받고
그 마음의 찌든 녹을 없앤 가마...
더 이상 은혜를 소멸시키는 가마가 아니라
생명의 떡과 양식을 담아내는
주인의 쓰심에 합당한 그릇이 가능케 된 것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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