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소련의 한 병사가 새로운 자동소총 한 정을 세상에 내놓았다. 미하일 칼라시니코프(87.사진(上))가 개발한 AK47 소총이었다. 60년이 지난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 총을 "러시아의 발명품 중 으뜸"이라고 극찬했다.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AK47 소총 개발 60주년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 소총은 우리 국민의 재능과 창조적 천재성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푸틴은 AK47의 단순한 구조에 특히 감탄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AK47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소총이다. 러시아 총기제조업체 로소보론의 발레리 바를라모프 대표는 "AK47은 지난 60년 동안 1억 정 이상 생산됐으며, 지금도 47개국 군대가 이 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G3, 미국의 M16과 함께 세계 3대 소총으로 꼽히는 AK47의 장점은 단순함과 견고함이다. 간단한 작동원리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총 속에 모래나 먼지가 들어가더라도 쉽게 제거할 수 있고, 악천후 속에서도 잘 작동되도록 설계됐다.
독일의 G3는 1959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50년대 중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표준 탄약을 사용하는 소총이 필요했던 독일은 벨기에산 총을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독일의 재무장을 두려워했던 벨기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독일은 스페인에서 소총 제조기술을 도입해 G3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60년 개발된 미국의 M16은 베트남전을 계기로 기존의 M14 소총을 밀어내고 미군의 주력 소총으로 자리 잡았다. M14는 길이가 길고 반동이 강해 정글전에 적합하지 않았던 반면, M16은 안성맞춤이었다. 한국도 72년부터 한국형 소총 개발에 착수해 10년 뒤 K2를 개발, 85년부터 일선 부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G3와 M16이 유효사거리와 발사 속도에서 AK47을 앞서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AK47이 제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자인 칼라시니코프는 "베트남에 참가한 미군들도 M16 대신 베트남군으로부터 노획한 AK47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41년 독일군과 교전하다 부상당한 칼라시니코프는 독일군의 MP40 기관단총에 맞서기 위해 입원 중에 소총 개발에 몰두했다. 며칠 밤을 새워 마련한 그의 계획을 소련군 지휘부가 받아들였고 AK47은 47년 소련군의 기본 화기로 정식 채택됐다.
74년 AK74, 2000년대 AK100 시리즈로 계속 개량된 AK47은 지금도 세계 분쟁지역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2005년에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개량 모델인 AK103 10만 정을 수입하기도 했다.
AK47은 대형 테러 사건마다 등장해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72년 팔레스타인 계열 '검은 9월단'이 독일 뮌헨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들을 납치한 사건 때 유명해졌고, 81년에는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을 살해하는 무기로 악용됐다. 최근 3년여 동안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사망자 3000여 명의 최대 살상무기도 AK47이었다.
칼라시니코프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시스트 독일 침략군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발명한 AK47이 테러범의 무기로 널리 쓰이는 것에 대해 애석해했다.
지금도 소총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AK47의 '짝퉁' 문제도 지적했다. 로소보론사의 바를라모프 대표는 "지금 세계에서 판매되는 AK47 중 90%는 모조품"이라며 "러시아는 이런 짝퉁으로 인해 한 해 약 2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