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꽃으아리
[Canon] Canon EOS 300D DIGITAL 1/400ms F40/10 ISO100 |
초여름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큰꽃으아리의 흰꽃은 크고 탐스럽다. 처음 꽃이 필 때는 연한 녹색이지만 활짝 피면 흰색이 된다. 으아리는 그 해에 새로 자란 줄기 끝에서 꽃이 핀다. 긴 덩굴로 뻗어 나가는 줄기는 가느다랗고 다른 나무를 기대며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큰꽃으아리는 꽃이 크기 때문에 화단에 심기도 한다. 흰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은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 변한 것이다. 꽃잎은 꽃술처럼 가느다란 것이 수술 밑에 흔적만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으아리 종류를 개량하여 흰꽃은 물론 빨강, 노랑, 보라, 분홍 등 수없이 많은 원예품종으로 길러 냈다. 통나무로 시렁을 만들어 그 위에 큰꽃으아리 줄기를 올려 주면 흰 꽃이 보기 좋다.
꽃 피는 기간이 길어서 오래도록 볼 수 있고 갖가지 나비나 벌 같은 곤충이 찾아 든다. 향기가 좋아서 화분에 심어 가꾸면 실내에서도 탐스러운 꽃과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위령선(威靈仙)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당 정원 연간의 학자 주군소(周君巢)는 그의 저서 《위령선전(威靈仙傳)》에서 위령선의 효과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 기록을 보면, “위령선은 풍을 제거하고 12경락을 통하게 하며 아침에 먹으면 저녁에 효과가 나타난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사지를 가볍고 건강하게 하며, 수족에서 열이 날 때 열을 가라앉힌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또 이런 이야기 하나를 전하고 있다. 옛날 상주(商州)에 수족이 마비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미 십 수 년 간 걷지 못하고 있었다. 명의를 찾아다녀 보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할 수 없이 가족들은 환자를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길 어귀에 데려다 놓고 그의 병을 고쳐줄 명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신라에서 유학 온 한 승려가 이곳을 지나다가 이 환자를 보게 되었고, 측은한 마음이 발동하여 환자의 맥을 짚어보고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이 병에는 단 한 가지 약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약이 여기 당나라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신라승은 그 약을 캐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온 산을 모두 뒤졌고, 고생 끝에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위령선이었다. 가족들은 승려의 말에 따라 위령선을 잘 달여 환자에게 먹였더니 며칠 만에 병세가 크게 호전되고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위령선은 이 때부터 민간에 전해졌다.
그 후 은사 등사제(鄧思齊)가 이 이야기를 듣고 글로서 기록하여 위령선에 대한 이야기가 후세에까지 전해지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위령선은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재인데, 주로 풍습을 제거하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마비된 수족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현대 중국 의학계에서는 명의 조양무(趙?武) 교수가 1979년 중국중의연구원(中國中醫硏究院)에서 강의할 때 자신의 임상경험을 자세하게 소개한 적이 있다. 30~60그램 정도의 위령선을 좌골신경통 환자에게 처방해서 좋은 효과를 거두었던 것인데, 위령선을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 안에 포함시켜서 처방해도 된다.
위령선은 세계 최초의 국가약전인 당대의 《신수본초(新修本草)》에도 기록되어 있다. 워령선의 이름은 그 성질이 강하여 ‘위(威)’라는 글자와 효과가 탁월하다는 데에서 유래된 ‘령선(靈仙)’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것이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며 햇볕에 말리면 검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철각위령선(鐵脚威靈仙)이라고도 부른다. 잎이 마주 붙고 깃털 모양이며, 작은 잎은 다섯 장이고 계란 모양이거나 피침형이다. 여름에 흰 색의 꽃이 피고, 원추형 화서를 이룬다.
위령선에는 아네모닌(Anemonin), 아네몰(Anemol), 사포닌(Saponin) 등이 함유되어 있다. 위령선을 달여 마취된 개의 위에 주입하였더니 식도의 운동이 증가하였고 운동의 폭도 커지는 것이 발견되었다. 생선뼈가 목에 걸려 목구멍과 식도의 윗부분에서 경련이 일어날 경우, 위령선을 달여 마시면 경련이 완화되고 운동이 활발해져 걸렸던 생선뼈가 빠진다.
위령선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짜며, 풍을 제거하고 경락을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상반신에 마비가 온 사람에게는 강활을 함께 처방하고, 하반신에 마비가 온 사람에게는 우슬(牛膝)과 함께 처방한다. 풍으로 인해 걸을 때 통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방풍과 함께 처방하고, 습기가 심해 관절에 통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창출과 함께 처방한다. 또 한기와 통증이 심하면 계피와 함께 처방한다. 황백, 방기와 함께 사용하면, 풍습과 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 마비가 오래 되었고, 병세가 심하며, 기후의 변화가 심할 때에는 황기, 목과, 창출과 함께 처방해 나쁜 기운을 빼준다.
위령선은 각종 뼈가 목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데, 단독으로 달여서 식초와 설탕을 타서 입에 물고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기면 목에 걸린 뼈가 없어진다.
식도암으로 인해 음식물을 삼킬 수 없을 때에는 위령선을 달여(식초, 꿀 각 150㎜를 넣고 75㎜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다.) 한 번에 마시면 속에 있던 가래와 침이 나오면서 상태가 호전된다.
봄철 돋아나는 어린 싹은 나물로 한다. 그렇지만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데쳐서 물에 충분히 우려내고 나물로 먹어야 한다. 줄기를 잘라 모래에 꽂으면 싹이 잘 돋는다. 또 여름철에 새로 자란 싹을 꺾꽂이를 해도 뿌리를 잘 내린다.
비슷한 식물로 으아리, 참으아리, 외대으아리, 사위질빵, 할미밀망, 좀사위질빵, 개버무리를 위령선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