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간
인간을 학술적 용어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합니다.
이 말은 생각하는 인간이다, 라는 뜻입니다.
혹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직립 보행하는 사람이다,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사람이다, 하는 뜻입니다.
또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도 합니다.
도구, 용기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다, 하는 뜻입니다.
그러면 사람의 사람된 높은 가치는 어디 있으냐-- 호모 사피 엔스에 있습니다.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데 있습니다.
생각이 없는 인간이라면 그건 동물일 뿐입니다.
어느 가정주부가 시장에서 고등어 두 마리를 사서 집에 가지고
갔습니다. '내일 아침은 이것으로 반찬을 하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등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자기 구두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신발장을 들려다보니 거기에 고등어가 놓여 있습니다.
이 여자가 정신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행동은 있는데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생각이 어디로 갔습니까.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어느 사이에 행동만 남고 생각은 빠져 나갔습니다.
그것은 행위가 아닙니다. 행동이 먼저 가고, 때로는 욕망이 먼저 가고 생각이 뒤따르면 그 일에는 계속 후회가 있습니다.
생각이 먼저 가고 그리고 행동이 가서 생각한 바를 사건 속에서, 행동 속에서 확증해나갈 때, 그래서 때로는 더 높은 의미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따로 간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입니다.
생각하는 능력, 기능, 신(神)이 인간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요
가장 귀중한 본질입니다. 그러므로 생각을 저버릴 때
'인간됨을 저버렸다' 라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