永字八法(영자팔법)의 意味(의미)
해서(楷書)의 기본적인 필법을 갖춘 문자로서 '永'字가 있다. 이 '永'字에는 문자구성상 특징이 되는 필획이 비교적 고루 갖추어져 있어 옛부터 이 문자를 인습함으로써 필법의 기초를 연마하는데 활용해 왔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글씨입문의 초보단계에 이 '永字八法'의 숙달을 통해 필법을 익히게 있다.
永字八法에는 다음과 같은 각부분의 명칭이 있는데 각 필획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어원을 통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설명을 가해보기로 한다.
- 側 (측) : 이것은 점획(點獲)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永字의 첫머리 점이 마치 側(옆)으로 기울어 있다는데서 유래한 것 이다. 그러므로 '側'으로써 점획을 쓸 때에는 반월형(半月形)으로 기울어진 머리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 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점획에는 실로 여러가지 형태의 것이 있어서 모두를 '側'으로 처리해서는 물론 안된다.
- 勒 (늑) : 말을 말안장으로 누르는 느낌과 같다 하여 지닌 이름이다. 특히 이 획의 수필은 벼랑에서 말을 힘껏 누르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이 획은 이른바 '一'字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보기에는 가장 원시적인 획인데 흔히 '한일字조차 제대로 쓰기 힘들다' 고 한탄하 듯 얼핏 단순한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실은 이 단순함 속에 의미 깊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획 수가 적고 구성이 단순하면 할수록 쓴 사람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법이다. 이 一畵은 글씨 가운데 그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결구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畵의 성공여부로 작품 전체의 우열을 결정하게 되는 수가 적지 않다. 앞서 말한 통속적인 말과는 반대로 '한일字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 대부분의 글자는 바르게 쓰게 된다'는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 弩 (노) : 마치 활을 당겨 힘껏 당길때의 勢(세)를 닮았다고 해서 칭하는 말이다. 이것은 내리긋는 획(竪劃)이다. 竪劃(수획)의 본질은 그 명칭으로도 짐작이 되는 것처럼 수직이 원칙이다.
그런데 단순한 수직이 아니라 상하끝부분에는 돌을 튕겨낼 만한 弦(현)이 매어져 있는 것이어서 여기에는 집중된 힘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 상하의 힘에 대응해서 중간부분에 는 탄력성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다소 彎曲性(만곡성)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성질을 통해서 생각할 때, 수직은 단순한 직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각적인 직선일 필요가 있는 것이며 그런 만큼 중간부분의 彎曲性과 이 上下의 힘찬 상대관계는 이 획의 佳拙(가졸)을 결정하는 요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 획에 있어 중요한 점은 鋒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의 佳拙을 결정하게 되는 성격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漢字는 縱書(종서)이므로 이 획이 수직으로 보이지 않거나 중심을 통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문자가 굽거나 흐느적거리게 보이게 되어 결국 전체의 구성이 우습게 되어 버린다 - 躍(약) : 이것은 공이 튀는(躍) 것 같은 筆勢(필세)에서 붙혀진 이름이다. 공이 벽에 부딪혔을 때, 그 탄력으로 벽을 차고 튀어나오듯이 이 획이 갖고 있는 내용도 그 힘의 변화와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 획이 갖고 있는 중요한 의의는 내용에 있어서의 힘의 분배와 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勒'이나 '弩'에 있어서는 기필에서 수필까지 사이에 시간적으로 극단적인 불연속성이 없으나 이 획은 '跳躍(도약)'이 주체인만큼 오히려 극단적인 리듬감이 수반된다.
이러한 리듬감이 주체가 되면 筆毛의 성질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즉, 剛毛筆(강모필)은 특별히 의식을 하지 않아도 탄력성이 있으나 軟毛筆(연모필)은 기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 策(책) : 이 획은 말에 채찍을 치는(打) 筆勢를 가진 것을 가르켜 생긴 명칭이다. 보통, 말에 채찍을 댈 때에는 옆으 로 하되 위를 향해서 치게 된다.
이 획은 어느 만큼 勒(늑)의 성질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筆勢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것이다. 이 획이 勒과 전적으로 다른 것은 수필이다. 이 수필의 경묘함은 의미가 깊은 바 있어 많은 연습을 통해서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掠(략) : 이 획은 두발을 빗어 내리는 모양을 생각케 하는데서 온 말이다. 긴 머리를 빗을 때, 먼저 빗을 머리 위에서 부터 넣고 머리털을 따라 끝부분까지 빗어내리게 되는데 이 빗에 힘을 넣는 방법과 筆意(필의)가 흡사한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 획의 특징은 마치 빗을 머리에서 뗄 순간에는 엉킨 머리털을 세게 풀어주어야 할 때, 순간적인 힘이 빗에 가해지는 것처럼 수필에 있어서도 鋒에 가해지는 힘이 순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보통 쓰이는 '掠'이 모두 이러한 운필에 따라야 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명칭이 생긴 어원을 깊이 생각할 때, 거기에 이러한 '鋒의 약동'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적어도 바른 운필이라고 말할 수 없겠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음 '啄(탁)'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전혀 성질이 다른 것이며, 그 근본적인 차이는 수필에서의 봉을 다루는 방법 여하에 달려있다 하겠다. - 啄(탁) : 이 획은 새가 모이를 쪼을 때의 주둥이를 닮은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닭이 쌀을 쪼을 때 보면 주둥이를 콕콕 하고 재빨리, 그러면서도 날카롭게 움직이는데 이 때의 주둥이 움직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掠'(약)에 비하면 붓은 훨씬 가볍고 예리하고 빠른 것이 된다. 이 획은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긋는 것이어서 '策'과는 반대의 형상을 보이고 있으나 운필은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 서 '策'은 '勒'의 변형이라기 보다는 '啄'과 한 그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는지 모른다.
이 획은 마치 '側'처럼 가벼운 運筆(운필)이 특징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지나치게 경묘해 지는 나머지 조잡해 질 수도 있기 때 문에 많은 경계가 필요하다. - 책(石桀) : 이 획의 고기를 자르는 기분으로 붓을 이끈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고기를 자를 때 처음에는 칼에 가볍게 힘을 넣었다가 점차 힘을 세게 더하면서 최후에 쭉 빼는 방법과 같은 뜻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운필에 있어서는 이 기분을 그대 로 붓에 나타내면 좋은 것이 된다. 이 기분은 관념상으로는 매우 쉬운 것 같으나 실제 운필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책은 힘든 획의 하나로 치는 것이다.
이 획의 특징은 한 획 속에 가는 부분과 굵은 부분이 두드러지게 섞여있다는 것이며 또하나의 특징은 한 문자의 최종획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책은 그 문자의 성패나 분위기를 본질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다. 문자 속에서 이 획이 특히 눈에 잘 띤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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